[한겨레] 2024. 12. 08. 공동육아 ‘실천인류학’ 개척자 정병호 한양대 명예교수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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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4-12-09 11:23 조회538회 댓글0건본문
국내 첫 협동조합형 어린이집 설립·탈북청소년 교육 등 공동체 구현 헌신
어린이, 교사, 부모가 함께 만드는 공동육아, 탈북 청소년을 위한 교육에서부터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희생자 유골 봉환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공동체 구현을 위해 평생을 헌신해온 정병호 한양대 명예교수가 8일 오전 9시1분 별세했다. 향년 69.
고인은 경기고 2학년 재학 중 계엄령과 유신헌법이 선포되자 반대투쟁에 참가했다. 1970년대 말 서울 신림동에 국내 첫 저소득층 유아원인 ‘해송유아원' 건립을 주도하고 국내 최초 협동조합형 어린이집을 설립해 공동육아 방식을 전국에 전파했다. 그의 노력으로 현재 공동육아 공동체교육 교육현장은 100곳이 넘는다. 해송유아원 설립은 올해 유명을 달리한 ‘아침이슬' 작곡가이자 학전 설립자인 김민기의 후원공연으로 마련된 기금이 토대가 됐다.
그는 ‘늘푸른 학교', ‘하나둘학교' 등 독립적인 대안학교를 만들어 탈북한 청소년들의 사회 적응을 도왔으며 사단법인 어린이어깨동무 이사로서 북한 어린이의 생명을 살리고 남북 어린이들이 교류하는 활동을 펼쳤다.
그는 약 20년 동안 10여차례 북한을 방문해, 기근 구호활동을 펼치고 조(북)·중 접경지역에서 탈북민과 교류하는 등 활동가로 활약하며 현장연구를 진행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호전적이고 거친 언행을 일삼는 북한을 어떻게 봐야 할지 한겨레에 연재한 칼럼 ‘정병호, 기억과 미래’에서 조언하기도 했다.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주장이나 상대방을 모욕하는 막말은 위협이기도 하지만 비명이기도 하다. 우리를 인정해 달라, 이해해 달라는 절박한 사람들의 말법이고 몸짓이다. 무기를 내려놓게 하려면 우선 그 마음을 알아주어야 할 것이다.”( 2022년 7월16일치 한겨레 ‘심리를 리해못하십니까?’)
동아시아공동워크샵(피스타운) 공동대표를 역임한 고인은 광복 70주년을 맞은 2015년 한·일 시민단체가 만든 ‘강제노동 희생자 추모 및 유골 귀향 추진위원회' 한국 대표로서 일본 홋카이도에서 희생자 유골 115기의 고국 봉환 작업을 이끌었다.
그는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문화인류학회장, 한양대 글로벌다문화연구원장,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소장, 통일부 하나원 하나둘학교 교장,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 등을 역임한 고인은 남북평화, 다문화주의 정착, 탈북 청소년교육 등에 기여한 공로로 미국 일리노이대 국제동문상을 수상, ‘실천인류학' 분야의 개척자로 자리매김했다. 북한 사회 연구를 바탕으로 ‘극장국가 북한', ‘고난과 웃음의 나라' 등을 저술했다. 올해 영문으로 출간한 ‘Suffering and Smiling: Daily Life in North Korea’가 그의 마지막 저서로 남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정진경(전 충북대 교수)씨와 누나 선자·선주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층 35호실에 마련됐으며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른다. 발인 10일 오전 8시40분. 장지 경기 수원 연화장. (02)3010-2000.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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