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알리고 싶어요

home   >   소통&참여   >   알리고 싶어요

알리고 싶은 내용을 자유롭게 올리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에서 펌] 조은 이사장의 소설 발간 기사

페이지 정보

작성자 물길 (180.♡.211.63) 작성일03-02-03 15:31 조회3,804회 댓글0건

본문

글쓰기 경계 넓힌 두 학자의 소설
소설은 문학의 여러 장르 가운데 가장 잡스러운 것으로 평가된다. 정해진 형식이나 규범이 없이 제멋대로 쓰여진다는 점에서 저급한 장르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러나 소설의 그런 특성은 거꾸로 무한히 열린 가능성의 증거로 떠받들려지고는 한다. 소설에 정해진 형식이나 규범이 없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자면, 모든 형식과 규범이 소설에서는 허용된다는 뜻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소설은 포만감을 모르는 불가사리처럼 주변의 온갖 장르를 집어삼켜서는 제것으로 삼아 버린다.

아마도 다른 장르와 형식을 향해 한없이 열린 소설의 이런 개방성에 고무된 탓일 게다. 한 여성 사회학자와 원로 역사학자가 나란히 장편소설을 내놓은 것은. 조은 교수(동국대 사회학과)의 <침묵으로 지은 집>(문학동네)과 장충식 단국대 이사장의 <그래도 강물은 흐른다>(세계사)는 소설의 너른 오지랖을 새삼 확인시킨다.

두 학자의 소설은 자전적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침묵으로…>는 한국전쟁에서 현재까지를, 모두 6권에 이르는 ‘대하소설’ <그래도…>는 해방에서부터 현재까지를 배경으로 삼는다. 자전적이라는 것은 두 작가가 상상력보다는 기억 쪽에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둔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어디까지나 ‘허구적 구성물’인 소설인 만큼, 기억의 변용과 상상력의 가미를 피할 수는 없지만, 뼈대를 이루는 이야기는 작가 자신들의 체험과 기억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다섯 살부터 쉰다섯 살이 될 때까지 우리 역사의 한 모퉁이에서 침묵하면서 바라보기만 했던 한 여자의 이야기”를 표방한 <침묵으로…>에는 전쟁 때 낯선 사람들에게 끌려간 뒤 행방불명된 아버지에 관한 기억을 필두로 주인공의 기억에 남아 있는 인물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그들은 전쟁과 분단이 초래한 질곡, 독재정권이 자행한 폭력, 광주 5·18의 참상 등을 온몸으로 증언함으로써 개인의 체험과 기억이 사회적 맥락과 만나는 지점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그래도…>는 전체 6권 가운데 제1부 두 권이 먼저 나왔다. 먼저 나온 제1부는 해방 당시 열여섯 살이었던 주인공 김대식이 일본인수용소에서 만난 일본군 장교 부인과 나누는 ‘국경 없는 사랑’을 중심으로 해방 직후 북한 지역의 상황을 실감나게 재현한다. 내년까지 완간될 제2부와 3부에서는 해방 후 북한 지역에서 벌어진 이념갈등과 종교적 알력, 나아가 전쟁 이후 우리 사회의 빛과 그늘이 두루 그려질 예정이다.

학자로서 또는 사회활동가로서 일가를 이룬 두 작가의 소설쓰기는 일단 고무적이다. 딱딱한 ‘논문투’의 글쓰기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제기되고 있는 학계 일각의 분위기와 일맥상통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특히 조은 교수의 소설은 ‘여성 사회학자로서 쓰는 소설’에 대한 자의식에 충만해 있어 보기에 좋다. 그 자신의 말대로 “여성학적 글쓰기 그리고 사회학적 글쓰기의 확장”으로 평가할 만하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