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지사항

home   >   소통&참여   >   공지사항

[이사장취임사] 공동육아 - 시대와 함께, 세대를 이어 성장하는 운동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7-05-29 10:13 조회1,801회

본문


공동육아

- 시대와 함께, 세대를 이어 성장하는 운동

 

정병호샘.jpg

 

 

 

 

 

 

 

 

 

 

정병호(괜찮아, 한양대교수)

 

40년 전 한 무리의 어린 대학생들과 노동자들이 ‘해송보육학교’라는 새로운 야학운동을 시작했습니다. 30년 전 또 한 무리의 30대 청년들이 ‘해송아기둥지’라는 새로운 종일보육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새파란 청년이었던 저도 이기범선생도 흰머리가 되어 이 자리에 있습니다. 20여년 전에는 또 한 떼의 젊은 부모와 교사들이 새로운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젊은이들이 중장년이 되었습니다. 해송유아원의 젊은 교사 이말순선생, 초등공동체학교를 시작한 젊은 활동가 황윤옥선생, 협동조합 어린이집의 젊은 아빠 양용준선생이 공동대표로, 젊은 엄마 이경란선생이 사무총장으로 이 자리에 저와 함께 섰습니다.

 

10년 전 젊은 언니 박혜란선생님이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의 이사장직을 맡아 주셨습니다. 촛불이 한참 타오르던 지난 연말, 갑자기 제게 전화를 해서 “탄핵당하기 전에 이사장직을 그만 두겠다”고 하셨습니다. “그건 박근혜가 해야지 왜 박혜란이 하느냐”고 말렸습니다. “이승만 박정희 다 겪어 본 경험으로 10년이면 충분히 장기집권 했다”며 한마디로 자르셨습니다. 공동육아운동 초기부터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셨던 ‘또 하나의 문화’의 큰 언니들, 조형, 조은 이사장에 이어서, 박혜란 이사장도 그만 두실 때가 되었다는 겁니다. 이제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이사장 같은 어른스런 직함을 맡기에는 ‘아직’이라고 사양하려니 저도 이미 환갑이 지난 어른이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가 모두 그렇게 늙은 거죠. 그러나 우리 운동이 늙은 운동, 낡은 운동이 되지 않았던 것은 늘 새로운 세대가 들어와서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과제에 용기 있게 도전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공동육아 운동도 시간적으로 두꺼운 운동이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정말 다양한 시대에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해왔습니다. 유신군사독재와 잔인한 산업화시대에 저항하는 야간학교와 달동네어린이집을 만들었습니다. 민주화운동과 함께 저소득층 종일보육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남북대화시대에 앞서서 남북어린이어깨동무운동을 전개했습니다. IMF시대에 결식아동을 위해 ‘해송어린이둥지공동체’와 같은 지역아동센터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기업모델이 무자비한 경쟁을 부추길 때 공동체적인 협동조합어린이집과 마을공동체 운동을 꾸준히 전개했습니다.

 

그 모든 시대에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은 늘 새로운 ‘신종’이었고, ‘변종’이었습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이단’이기도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촛불시위에 참여한 유모차부대를 보고 공동육아를 원조 블랙리스트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성미산은 불온한 집단이 모여 있는 위험한 동네로 규정되기도 했습니다.

 

이제 촛불이 다시 타오르고 있습니다. 더 많은 더 넓은 촛불이 되어 이 시대를 바꾸고 있습니다. 신동엽 시인의 말처럼 “눈먼 깃발을 아무리 흔들어도” 타오르는 촛불은 남과 북의 그 모든 껍데기를 녹여버릴 것입니다. 촛불이 밝힌 이 새 시대는 성큼 다가온 봄처럼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공동육아운동은 새싹을 키우는 운동입니다. 엄동설한의 그 두꺼운 얼음 밑에서도 꿈을 품고 싹을 틔워 갔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시간의 도움을 받아 몸을 일으켰습니다. 이제 봄날의 햇살을 받고 새싹은 무럭무럭 자랄 것입니다. 여름이 오면 무성한 잎을 펼치겠지요. 아직은 초봄입니다. 꽃샘추위도 올 것입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추위에 단련된 공동육아입니다. 어떤 시련도 잘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간적으로 축적된 두꺼운 역사를 가진 공동육아운동이 이제는 공간적으로도 넓은 운동이 되길 바랍니다. 숫자를 늘리고 규모를 키워가자는 뜻만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는 넓은 문화적 감수성과 인류적 차원의 고통과 아픔을 품고 돌보는 넉넉한 마음을 가진 그런 운동이 되었으면 합니다. 엄혹한 시대상황을 이겨내느라 우리 기성세대들은 굳은 마음으로 살아왔습니다. 공동육아의 촛불세대들은 촛불의 따뜻함과 부드러움이 충만한 그런 시대를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올해 공동육아의 표어 ‘즐거운 공동육아운동’처럼 다가오는 새 시대를 모두가 즐겁게 누릴 수 있는 그런 공동육아가 되길 바랍니다.

 

우리 어른들이 다시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벌거벗은 임금님을 알아보고 마음껏 웃으며 화낼 수 있었던 촛불집회 때처럼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살기로 합시다. 오랜만에 맑아진 눈으로 권력의 실체도 봤고, 기성세대의 그 덕지덕지한 위선과 욕심도 봤습니다. 벌거벗은 임금님을 경배하던 그 똑똑한 “바보들에게 웃으며 화내는 법”을 온 국민이 함께 익혔습니다. 다시 어린아이의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보고,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즐깁시다. 넓은 세상 다양한 문화를 마음껏 즐기면서 살자고 워즈워드의 시를 한수 띄웁니다.

 

My heart leaps up

William Wordsworth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So was it when my life began;

So is it now I am a man;

So be it when I shall grow old,

Or let me die !

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 ;

And I could wish my days to be

Bound each to each by natural piety.

내 가슴은 뛰네

윌리엄 워즈워드

 

내 가슴은 뛰네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

내 삶이 시작할 때도 그랬고

이제 어른이 되어도 그렇고

나이 들어도 그러길

아니면 차라리 죽기를!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

앞으로 나의 나날들이

하루하루 자연에 대한 경애로 가득하기를

 

아이들의 뛰는 가슴처럼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설레임으로 가득 찬 하루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즐거운 공동육아 그렇게 합시다.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이사장 취임사

2017. 3. 4

백범회관

 

 

댓글목록

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작성일

모든 커뮤니티에 공지했습니다. (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