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는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나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날 일을 처음으로 자세하게 털어놓고 내 상태를 내보였던 것뿐이었다.
울면서 상담사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선생님. 아무래도 그날 거기를 가지 말았어야 했어요. 너무 후회돼요.” 그리고 이어진 상담사의 대답은 내게 첫 치료의 문을 열어주었다.
“아니에요. 그날 거기를 가지 말았어야 하는 게 아니라
어디를 가도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지켜주는 것이 맞아요.
놀다가 참사를 당한 게 아니라 일상을 살다가 참사를 당한 겁니다.” |